<분석가 찾는 방법>
일반적으로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 정신과 의사를 먼저 찾는 경향이 있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 주로 간단한 상담과 약물치료에 중점을 둔다. 약물을 꼭 필요로 하는 경우, 예를 들면 정신분열증,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 신체적 원인을 가지고 있는 정신과 질환 등은 정신과 의사의 진료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보다 심리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거나 원할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심리치료사나 정신분석가 같은 심리치료에 전문화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작업이 필요하다.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전문가 (정신과 의사나 카운슬러, 심리치료사, 정신분석가 등) 중에서 선택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정신분석가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심리치료사와 차이가 있다. 현재의 어려움이 그 개인의 인격에 깊이 베여 있는 내용과 태도에 관계가 깊을 때 어린 시절의 경험, 무의식적인 내용들을 다루어 인격의 심층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심리치료사의 경우는 현재의 증상이나 어려움, 의식적 태도나 인간관계의 문제 등을 다루는 것에 좀 더 비중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이 분류는 어느 분야가 더 좋은 것이냐 하는 의미가 아닌,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치료나 작업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신분석은 목표가 현실적인 특수한 상황이나 증상의 개선에만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통찰과 인격적인 변화에 있어서 기간이 최소한 일 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심리치료의 경우에는 목표가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며 비교적 명확히 설정되고 치료 기간도 짧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 조건인지를 알고 심리적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사나 정신분석가 중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한 회기의 평가과정을 가져본 후, 그 의견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당하는 치료사나 분석가가 신뢰할 만하며 여러 방면의 치료에 열려 있는 마음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다. 평가 회기를 마친 후 그 치료사나 분석가와 심리치료 작업을 시작하거나 혹, 다른 깊이나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적합한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 물론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 아직도 심리치료사나 정신분석가의 숫자가 많지 않고 그 시스템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그러다 보니 치료자들 간의 교류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해 서로의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다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심리치료사나 정신 분석가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갖고 있으며 학회나 협회 차원에서도 홈페이지들을 통해 치료사와 분석가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소개받아서든 검색을 통해서든 정신분석을 하기로 결정하고 특정 정신분석가를 선택했다면 그 분석가와 내가 잘 맞느냐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지 일반적으로 유명하거나 실력이 있다고 평가된다고 해서 나와 깊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두세 회기라도 면담 기간으로 잡고 나와 분석가가 적합한 만남인지 신뢰가 형성되는지를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분석가와 분석자의 첫 인터뷰>
정신분석은 분석자가 분석가와 매우 개인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을 나누면서 긴 시간을 함께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던 경험을 분석가와 다시 겪으며 변화를 이루어가는 시간이므로 분석가가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 인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느낌과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첫 인터뷰는 분석가를 만나서 분석자인 내가 이 분석가와 함께 분석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지 살피고 평가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시간에는 분석자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보단 분석자의 주된 어려움과 성격적 양상을 평가하고 분석가가 해당 분석자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서로 간에 분석작업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고 볼 수 있다. 첫 인터뷰에서 분석가는 분석자의 주된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분석을 찾게 된 동기 등을 묻게 된다. 또한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전반적인 삶의 이력, 특정한 사고나 트라우마가 있었는지를 듣고자 할 것이다.
<분석가의 진단>
분석가는 첫 인터뷰에서 분석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잠정적인 진단과 평가를 하고 이를 적절한 한도 내에서 분석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분석자가 수용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범위 내에서 진단에 대한 전달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이 어떠한 정신적 구조와 성격에서 기인할 수 있는지를 보다 정신 역동적인 진단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정신과에서 듣게 되는 진단은 객관적 증상을 위주로 기술하는 것이지만, 이에 비해 정신분석적 진단은 정신 역동적인 진단으로 분석자의 정신 내면에서 일어나는 힘의 상호작용을 살피면서 정서 인지 사회적 관계 양상을 포괄적으로 분석가의 훈련된 주관을 사용해 읽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분석가는 분석자의 특정한 어려움이 분석가 자신의 전문성과 지식, 분석가로서의 경험으로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분석가나 전문적 치료사에게 의뢰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며 분석자와 분석가 자신의 성격적 특징이 적절히 서로 간 수용되고 어울려서 분석과정이 역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없는지를 판단한다. 45~50분 정도의 한 회기 시간을 다 끝내기 전에 분석가와 분석자 모두 서로가 함께 분석작업을 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제는 작업을 어떻게 해나갈지 계획과 틀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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