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는 분석자의 주된 호소와 삶의 내력의 중요한 부분을 듣고 분석자의 비언어적 태도 및 행동 및 정서의 양상과 표현 등을 고려해 어떤 형태의 심리적,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지 판단한다. 정신분석이나 심리치료, 정신과적 치료 중 어떤 방향성과 상호 보완이 필요한지, 정신분석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빈도나 기간이 필요한지도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분석자와 이에 대해 나누고, 분석자 또한 자신의 필요나 목표에 따라 분석가와 분석의 계획을 세우는 것에 동참한다.
* 분석자의 의지와 필요
분석자로서 자신의 분석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서로 간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 분석가의 의견과 필요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분석자 자신이 심적으로 상당히 동요되는 수준에 있거나 심지어 정신증적인 상태인 경우에는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분석가의 판단과 의견이 보다 우선시 될 수 있다. 분석가가 특정 분석자와의 목표를 성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장기적 분석에 두더라도 분석자가 현재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보다 단기간의 통찰 위주의 분석적 심리치료라면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고 서로가 생각하는 목표를 이해하고 조정한다.
* 분석가의 진단적 평가
분석가는 분석자의 주된 호소와 삶의 내력의 중요한 이야기를 듣고, 분석자의 비언어적 태도, 행동, 정서의 양상과 표현 등을 고려해 분석자의 문제가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반응의 문제인지 아니면 현실적 상황이 계기가 되었으나 타고난 기질을 포함한 성격 구조로부터 오는 부분이 큰지 또는 다른 의학적 조건에서 오는 복합적인지를 분별한다. 기본적으로 분석자가 분석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현실적 정황에 보다 기인하는지, 오랜 시간 형성된 성격적 어려움에 기인하는지를 분별해 분석을 어느 정도의 기간과 횟수로 진행할지를 제안하거나 권해볼 수 있다. 또한 성격적 특징을 고려해 분석적 접근의 특징과 방향을 잠정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진단에 대해 병리적인 이름 붙이기의 형태라고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 분석적 진단을 적절한 범주 내에서 하는 것은 여러 방면에서 향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분석이 시작되려면 반드시 함께 확인하고 진행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의 경우 반드시 중독에 대한 의학적 치료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분석과정의 전제가 된다. 또한,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수준의 병적 상황이라면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해 정신과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
* 회기의 빈도와 분석 기간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주 3회 이상 진행하면서 무의식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성격의 구조 변화를 위해 작업해가는 것이다. 보통 기간도 몇 년씩 소요된다. 최근의 정신분석학계에서는 현대인의 삶의 양상이 과거와 다른 점을 고려하고 횟수보다 분석가의 인식과 관점이 분석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아 굳이 정신분석과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구분을 엄격히 하지 않는 흐름도 있다. 분석가는 분석자와의 첫 인터뷰를 통해 잠정적 진단을 가지고 회기의 빈도와 기간을 권할 것이다. 분석자의 경우 이러한 내용을 진지하게 고려하되 자신이 생각하는 바나 염려, 질문 등을 분석가와 나누면서 회기의 빈도와 기간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워간다. 분석자가 생각한 계획과 다르다면 일정 기간 분석을 진행하고 난 뒤에 서로 분석 작업의 내용과 질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 후 향후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경우 정신분석 보다는 의식적인 사고, 감정, 태도, 이해 및 인식에 초점을 두고 현실적 갈등과 문제, 증상 등을 다루게 되는데 주1~2회 정도로 정신분석보다 단기간의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 분석작업의 틀과 비용
분석가와 분석자는 정신분석 진행의 외부적 조건을 합의하고 계획하도록 한다. 비용, 회기의 빈도와 분석의 기간 등이 상의 된다. 정신분석이 시작되면 분석자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연한 불안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분석자가 삶의 전반적 내력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분석가가 분석자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후로는 자유롭게 어떤 것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 분석가는 비용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여지고자 한다. 분석작업의 틀을 서로 계획할 때 돈을 다루는 태도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분석자가 자기애적인 성격의 요소를 가지고 타인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심리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분석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해서 분석가가 그냥 비용을 낮춰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분석자의 경우 매우 우울하고 열등감과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가 돈에 연결되어 돈을 거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을 수 있다. 조금만 돈이 든다 싶으면 모두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답은 없다. 다만 분석가가 이러한 분석자의 방어적 양상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 안타까움으로 인해 비용을 조정해서 분석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만 목적을 둔다면 분석자의 입장에서는 분석가의 심리적 힘과 권위를 신뢰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특히 우울하고 자신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분석자의 경우, 분석가가 양보와 흔들림은 그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분석가는 자신이 일반적으로 받는 비용을 분석자에게 알려주고 이를 감당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함께 상의해도 좋다고 말할 것이다. 이때 분석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자의 중요한 성격적 패턴에 대해 분석가가 적절한 경계를 세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슷한 성격 구조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사람마다 대처해야 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다. 분석가 역시 자신의 직업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과 돈에 대한 마음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분석자와 치료적이고 분석적이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비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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