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적 수준의 성격 구조
이미 앞서 설명했듯 경계선적 구조는 신경증적 수준과 정신증적 수준 사이의 경계를 뜻한다.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신경증적 수준에 가까운 경계선적 영역과 정신증적 수준에 가까운 낮은 수준의 경계선적 영역이 스펙트럼의 연결성으로 존재한다. 경계선적 구조는 분리 개별화의 이슈가 중심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까워지면 완전히 휩쓸리거나 통제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러나 분리되기도 어려운 점은 분리는 버림받는 것으로 경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체성의 통합이 불안정해 지속성과 일관성이 매우 부족하다. 복합적인 측면이 한 사람의 성격 안에 통합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신경증적 수준이라면, 경계선적 수준에서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오르락내리락 흐르는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경계선적 수준에 있는 사람은 상대를 파악할 때도 평면화하고 일반화시키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경험하는 자아와 관조하는 자아 간의 분화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감각은 손상되지 않은 점이 정신증적 수준과 다르다. 이러한 경계선적 수준의 사람들은 보다 일차원적이고 원초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부인, 분열, 투사적 동일시 등의 기제를 사용하는데 심하게 퇴행한다면 정신증적 수준과 매우 비슷하다.
신경증적 수준의 성격 구조
현재 신경증적 발단 수준이라 하면 정서적인 어려움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기능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보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통합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내면의 경험은 지속성을 갖는다. 그리고 현실에 견고하게 연결되어 현실검증에 어려움은 없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병리적 어려움에 대해 자아 이질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경험하는 자아와 관조하는 자아가 각각 기능하는 상태여서 자신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분석가와 분석자 사이에 치료적 동맹 관계의 성립이 용이하다. 신경증적 수준의 성격 구조는 프로이트가 신경증이라고 불렀던 분석자들의 층과는 상당히 다르다. 당시 분석자의 발달적 수준을 나타내고자 사용하던 용어의 분화가 없어서 신경증이라는 용어가 정신증의 수준까지 포함했던 사례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경계선적 상태
1930년대에 접어들어 치료 과정의 경과가 신경증 그룹에 속한다고 보기엔 좋지 않은 하위그룹을 인지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치료반응을 보이며 치료 작업 중에 정신증적 전이를 보이는 그룹으로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에 있는 그룹에 대한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1950년대에는 병동에 입원해서 정신증적이지 않으나 심리학적 검사상 투사검사에서 비 정신증적, 구조검사에서는 정신증적으로 진단되는 집단을 가성 신경증적 정신 분열 혹은 마치 인양 인격이라는 임의적 용어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계선적 병리를 보이는 사람들은 정신증적인 망상이나 환각 등을 보이진 않지만 신경증적 수준의 안정성이나 예상할 수 있는 일관성은 없다. 정신 분석적 치료 상황에서나 특정 상황에서는 정신증적인 상태까지 보이기도 하나 평소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불안정성에 비해 상당한 안정성을 보여주어 타인들이 그들의 병적 상태를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정신증과 신경증
정신증과 신경증의 분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크레펠린식 진단 분류이지만 프로이트가 발전시켜 자아의 상태와 병리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현대에도 이 간명한 기준은 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신증의 경우, 자아의 방어가 너무 약해서 본능에서 오는 원초적인 내용들이 걸러지지 못하고 자아가 압도되는 상태이다. 치료의 방향 역시 반대가 되는데 자아의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강화해 본능의 원초적이고 무의식적 내용에 몰입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신경증적인 경우는 자아의 방어가 매우 자동적이고 엄격한 형태로 발생해서 갈등을 일으키는 감정, 생각, 충동을 억압하고 방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으로부터 생산적인 활동의 에너지가 차단되지 않고 풀려나도록 하는 것에 치료 목적을 둔다.
성격적 신경증과 증상적 신경증
자아 심리학이 발달하며 단순히 신경증이라고 분류하던 것에서 점점 신경증과 신경증적 양상을 가지고 있는 성격 구조를 분리하게 되었다. 강박증이나 우울증이 생겼을 때 특정한 자극 상황으로 촉발된 현재의 증상 자체가 중심이 되는지 아니면 오래 진행된 성격적 흐름 위해 계기가 생겨 증상이 발생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성격적 신경증은 성격에 배어들도록 오래 지속되어 만성화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감정 상태가 점진적으로 나빠지고 자신의 증상이 문제라는 관점을 갖지 못한다. 즉, 병식이 없고 증상이 자아 동조적이다. 자신의 증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치료 목표를 갖지 못해서 치료 동맹을 맺기 어렵다. 증상적 신경증은 증상을 촉발한 문제상황이 뚜렷이 식별되는 양상을 띠며 불안이나 증상이 급작스럽게 증가한다. 또한 분석자가 자신의 증상이 문제가 되고 비합리적이라는 느낌과 인식 즉, 병식을 갖는다. 증상이 자아 이질적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해 관점을 가질 수 있어서 분석가와 치료 동맹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치료 접근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증상적 신경증은 보다 짧은 시간에 그리고 이해와 통찰을 얻는 심리 치료도 빠르고 극적인 호전을 바라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성격적 신경증은 분석자가 병식을 얻고 분석가와 치료 동맹을 맺을 수 있게 되기까지 분석가와 분석적이면서도 교육적 접근까지 해야 하기에 시간을 갖고 인내해야 한다. 치료적 변화도 성격적 요소의 변형인 만큼 극적이거나 놀랍게 나타나지 않고 완만히 천천히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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