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탐구라는 것은 분석자를 더욱 깊이, 진실하게 알아가는 것이다. 이는 말을 통해서, 사고를 통해서 아는 지적인 과정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석자의 정신 속에 이미 억압되거나 해리되고, 또는 왜곡된 기억과 감정과 생각이 있으므로 분석자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무엇이 잊히거나 억압되었는지를 혹은 해리되거나 왜곡되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탐구를 할 수 있는 것은 분석가가 자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분석자와 심적인 주파수를 맞추어 언어적인 것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 또한 읽고 반응할 수 있는 훈련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심리학 서적이나 관련 서적을 읽으며 도움을 받지만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만 믿고 있는 범주 안에서 이해와 통찰을 키우는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혼자만의 작업으로는 자신을 스스로 분석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분석이 시작되면 제일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분석자에 대한 탐구이다. 분석자의 생후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삶, 애착 관계의 양상과 트라우마, 성격의 양상, 정신 내면의 삶, 관계성 등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분석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생활, 현재의 관계성,고통스러운 부분, 어린 시절 등에 대해 듣는다. 꿈, 기억,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든 탐구의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또한 탐구는 분석가가 주도하는 일방적 과정이 아니다. 분석가가 분석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반응하면서 질문하거나 개입하거나 해석하는 과정에서 분석자의 정신도 이에 공명하게 된다. 기억이 점점 더 살아나고 핵심적인 어려움이나 갈등, 성격의 구조 등이 활성화된다. 분석자는 이런 상황의 흐름 속에서 방어하거나 저항하기도 하고 행동화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갈등과 비언어적인 소통 또한 탐구의 중요한 소재이다. 분석자가 자신에 대해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언어와 사고를 통하지 않고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석
해석은 분석가가 탐구를 통해 얻은, 분석자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전달하는 언어적 소통을 의미한다. 해석은 분석자가 통찰을 갖게 돕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찰이 지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석이 분석자에게 정서적 경험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통합적 과정으로서 해석은 분석자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연결하며 깊은 수준의 통찰과 정서적 경험을 통하여 치료적 변화를 이루어 갈 수 있게 만든다. 해석은 분석자가 인식하고 깨닫지 못한 것을 알리게 되는 과정이지만 분석가는 최대한 분석자 자신이 해석을 충분히 흡수할 준비가 되고 인식을 어렴풋이 하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함께 질문하고 탐구하며 기다린다. 또한, 분석가는 분석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석자의 삶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며 현실적으로 확인하고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최근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바라본 해석은 이처럼 분석가의 노력과 전문성이 분석자의 삶과 만나 분석자의 고통에 관해 설명과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직면
직면은, 단어 그대로 분석자가 대면하지 않으려 하거나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분석가가 대면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직면은 사실상 분석의 초반에 이루어지기 힘든 부분이다. 분석가와 분석자 사이에 안정된 신뢰 관계, 즉 치료적 동맹관계라 자리 잡기 전에 직면이 이루어지는 경우, 분석자의 자아가 힘을 갖고 있고 잘 통합되어 있지 않다면 충격이나 반발로 분석 과정이 어려움을 겪거나 급작스럽게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맥락적으로도 공격적이지 않고 분석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살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 경험이나 외적 상황에 분석자의 주의가 정면으로 향하게 하는 분석가의 치료적 개입이다. 분석자에게 모순되면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이 있다는 것을 의식적 수준에서 확인하게 하는 과정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직면이 중요해지는 때는 분석가가 분석자의 특정 패턴이나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루려고 하는데 분석자가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모순되는 말과 행동을 취하면서 본질에 다가가지 않으려고 할 때이다. 또한 분석자 자신에게 위해가 되는 행동 또는 도덕적 문제를 지속하고 분석 상황에서 다루어도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어려움이 지속되면 분석가의 입장도 분석자를 향한 불편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분석가가 분석자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다룰 수 없고 직면할 수 없게 되면 이런 부정적 감정이 커질 수 있다. 분석자에 대한 어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분석가의 전문성이나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분석가가 이런 감정에 대해 분석가 자신의 과거와 경험에서 오는 것이 있는가를 깊이 성찰하는 한, 분석가의 감정은 직면 되어야 할 부분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치료적 동맹관계
치료적 동맹관계는 분석과정에서 분석가와 분석자 간에 현실적인 협조와 공동작업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두 주체 간에 신뢰하고 의지하며 협조하는 양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조 관계가 긍정적 전이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고 전이로부터 독립된 관계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두 사람, 즉 분석가와 분석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협력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긍정적 전이의 측면이라고 보는 견해는 분석작업 속에서 이러한 신뢰와 협조의 근원을 분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전이로부터 더욱 자유로운 현실적 공조로 보는 경우엔 굳이 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분석이 제대로 전개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의 측면으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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