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 내사 및 투사적 동일시
투사와 내사는 매우 원초적인 방어기제이다. 개인 자신과 세상과의 경계선이 물감 번지듯 흐려져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서 일어난 현상을 외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경험하는 것이 투사이고, 외부에서 일어난 것을 자신에게서 생겨난 일로 경험하는 것이 내사다. 이 두 과정이 함께 일어날 때 투사적 동일시라 한다. 투사적 동일시라는 것은 자신의 경계 내에서 발생한 것을 외부 대상이나 현상으로 투사하고 그 대상과 심리적인 연결을 유지한 채 대상이 보이는 어떤 양상을 자신과 연관된 것으로 내사해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투사하고 투사 받는 두 사람 사이에 긴밀한 무의식적 연결성이 생겨나므로 실제 상대방의 내면을 직감적으로 읽고 반응하는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매우 상호의존적인 사랑의 관계에서는 많은 오해와 상처가 증폭되게 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매우 부정적인 요소를 대상에게 투사해 대상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믿는 것이다. 예로 상대방이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미워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 공격성, 부러움. 등이 인식되지 못한 채 상대에게 투사되어 그 상대가 나를 시기 질투하고 미워한다고 감지, 그의 모든 행동을 그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대상의 내면에서도 내가 투사하는 내용의 감정이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것이 보다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투사적 동일시의 근본적인 측면이다. 편집적이라고 하는 용어가 실상 의미하는 바는 이와 같은 부정적 내용의 투사 기제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투사의 기제가 패턴화될 때 편집적 성격 유형이 형성된다고 본다. 내사 또한 매우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사가 특정한 심리적 내용을 외부로 던지는 것이라면, 내사는 외부의 내용을 자기 내면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애착의 대상을 잃었을 때 그것을 애도하지 못하고 상실을 내사해 자기의 부분이 쓸모없거나 공허한 것으로 경험하고 끝없는 자기 공격을 할 수 있다.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 부모의 부당한 미움이나 공격을 내사해 자신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믿는 것도 이러한 기제에 해당한다. 이러한 내사의 패턴화는 우울적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으로 극심한 공격과 학대 속에서 이를 공격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형태로 공격자를 내사하는 형태로 행동해 고통과 공포를 잊거나 통제하려는 양상을 보일 수 있고 내사가 패턴을 이루면 정신병 질적, 반사회적 성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수
사회적, 대인 관계적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피해 자신의 내면세계로 퇴보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외부적 현실 세계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함으로 내적인 생각과 상상의 영역이 안전하게 경험되어 철수하는 것이다. 어머니나 양육자와의 초기 관계에서 침범적인 경험을 많이 할수록 철수하려는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양육자가 자녀를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방치하고 고립했을 경우 아이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에만 의지하려는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는 아이 내면에서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것으로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대치한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미지는 이러한 철수의 방어기제를 극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철수의 기제가 주된 패턴을 형성하면 분열적 성격의 양상을 띤다. 그러나 이 방어기제가 보다 건강한 수준에서 작용할 때는 내면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풍성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표현된다.
이상화와 평가절하
한 대상을 향해 객관적, 현실적 기준을 넘어 지나치게 좋게 평가하거나 역으로 객관적 이유 없이 낮은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양육자의 전능성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갖는다. 전능한 권위자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은 그들이 세상을 대면하면서 만나는 위험에서 완충작용을 해준다. 또한 사랑의 관계에서 핵심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이상화이다. 성숙한 사랑일수록 보다 그 이상화가 유연성을 띠지만 성숙하지 못한 사랑의 양상은 원초적이고 극단적인 이상화의 형태를 띠고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상화가 극단적일수록 실망은 강하고도 급작스럽게 찾아오고 평가절하는 당연한 귀결이 된다. 즉 양육자나 권위자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급격한 실망을 겪고 건강한 자기애의 형성에 손상을 입은 경우 타인을 이상화해 그 대상을 자신의 자존감과 자기 기능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사용하다가 이상화가 깨어지는 시점에 가차 없이 평가절하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주로 의존적 자기애적 성향에서 보인다.
부인
불쾌한 경험에 대해 가장 일차적으로 반응하는 양상 중의 하나이다. 이런 경험이 발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응급상황이나 위기 상황에서는 정서적 생존을 위해 부인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자아의 취약함으로 인해 특정한 내용들을 지속해서 부인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조적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부인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전능적 통제
외적 현실 세계가 자신의 내적인 상상대로 통제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거나 힘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 시기의 과대적 자기의 측면을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이다. 자기애적인 충족의 경험이 지나치거나 결핍되면서 좌절이 너무 이르거나 강하게 경험되면 전능적 통제에 집착하는 성향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전능적 통제를 극단적으로 사용하는 양상은 정신병 질적, 반사회적 성격장애에서 나타난다. 힘의 논리로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한다. 이 과대적 자기는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자기애적 충족으로 채워진 후 점진적으로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에 과대적 측면이 현실화하고 안정된다.
'건강한정신으로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분석의 치료적 원리1 (0) | 2022.10.05 |
---|---|
이차적 방어기제 (0) | 2022.10.04 |
분석 상황_2 (저항,퇴행,역전이) (0) | 2022.09.30 |
분석 상황_1 (꿈, 트라우마, 전이) (0) | 2022.09.30 |
정신분석 작업의 틀과 분석상황 (2) | 2022.09.30 |
댓글